엄마가 아프던 날, 베란다 토마토가 28개월 아기를 웃게 했다

 

28개월 아기를 키우다 보면 매일매일이 새롭다.

아기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때론 어른보다 더 깊은 감정을 보여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눈물을 멈추게 한 건 다름 아닌 베란다의 작은 토마토였다.

아기의 감정은 참 신묘한 부분이 있다.

어제는 아기 엄마가 많이 아파서 우리 집에 왔기에,

누워 있는 엄마 옆에서 나는 아기와 놀아주었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아 결국 외삼촌과 함께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그때였다.

28개월 아기는 엄마가 병원에 간다는 말을 듣고도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너무 슬플 때 나오는 그런 눈물이었다.

"왜 울어?"

"엄마가 아파서."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이 얼마나 마음에 걸리던지.

아기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가져온 토마토가 아기를 구했다


어린이집에서 가지고 온 모종으로 맺힌 토마

울길래 나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야겠다 싶었다.

마침 베란다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가져온 방울토마토를 키운 것이다.

"토마토 보러 가자!"

아기는 눈물을 뚝 그치고 베란다로 달려갔다.

"빨간 토마토, 노란 토마토, 초록 토마토!"

신이 나서 돌아다니다가 빨간 토마토를 손으로 톡 건드렸다.

그랬더니 토마토가 툭 떨어졌다.

아기는 떨어진 토마토를 손에 들고 멀뚱히 서 있었다.

"먹을래?" 하고 물었더니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기는 과일이라면 뭐든 좋아하는데

토마토만큼은 채소인 줄 아는지 유독 싫어한다.

"그럼 아빠 드리자."

그랬더니 아빠도 싫어한다고 했다.

결국 토마토는 잠시 내려놓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할머니, 토마토 씨는 어떻게 해야 돼?"

저녁을 먹고 나면 항상 과일 먹는 시간이 있다.

어김없이 과일 타임이 왔고 참외 씨를 빼서 아기에게 주었다.

냠냠 맛있게 먹다가 문득 아까 그 토마토가 눈에 들어왔나 보다.

"먹어볼래?" 했더니 이번엔 그러겠다고 했다.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물더니 잠시 후 진지한 얼굴로 물어봤다.

"할머니, 토마토 씨는 어떻게 해야 돼?"

어찌나 웃음이 터지던지.

참외는 씨를 빼고 줬으니 토마토 씨도 어떻게 해야 하나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냥 먹어도 돼" 했더니 그제야 오물오물 씹어 먹기 시작하면서

물어본다. 왜 토마토 씨는 그냥 먹는지.


한참 걸려서 방울토마토를 다 먹었다.

싫다던 토마토를 말이다. 😄

엄마가 병원에 가야 하는 이유, 아기에게 설명하다

토마토 소동이 끝나고 나서 아기에게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엄마가 왜 병원에 가야 하는지를.

아기가 아팠을 때의 상황을 예로 들어서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이다.

"아기가 아팠을 때 병원 갔잖아. 엄마도 지금 그런 거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해를 하고

잘 기다리고, 밥도 잘 먹었다.

밥 먹기 전에 아빠가 오니까 더 잘 된 것도 있지만.

아기를 키우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다.

조금만 집중을 다른 곳으로 돌려주면 아기는 금방 바뀐다는 것을.

아기가 울 때 운다고만 생각하지 않고 어른의 간단한 시선 바꿈이면 금방 해결되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을 알게 된 것은 아기와의 놀이에서 알게 되어 나는 늘 사용한다.

그리고 상황을 찬찬히 설명해 주면 생각보다 잘 이해한다는 것을.

"할머니가 고쳐줘" "아직은 아기가 할 수 없어"

예전에는 진열대 위 미니어처를 하나하나 바닥으로 내려줘야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내려서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28개월이 되니 이렇게 달라졌구나 싶다.

그런데 먼지막이가 없는 미니어처는 모양이 자꾸 흐트러진다.

그럴 때마다 아기는 어김없이 이렇게 말한다.

"할머니가 고쳐줘."

그래서 내가 말했다.

"네가 그렇게 했으니까 네가 고쳐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이거였다.

"아직은 아기가 할 수 없어."

어찌나 당당하던지.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맞는 말이긴 한데. 😄

안녕 인사는 꼭 하고 갔다

그날 밤, 아기 엄마는 우리 집에서 자고

아기는 아빠와 함께 집으로 갔다.

같이 있으면 엄마가 쉴 수가 없으니까.

헤어질 때 또 눈물이 났다.

그래도 아기는 울면서도 꼭 안녕 인사를 하고 갔다.

그 뒷모습이 얼마나 짠하고 기특하던지.

28개월, 아직 아기인데

엄마 걱정할 줄 알고

상황을 이해할 줄 알고

싫다던 토마토도 본인이 키운 거라며 다 먹어치우고

안녕 인사도 잊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른이 가르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늘 할머니인 것 같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7개월 손주와 함께 키운 토마토, 베란다에서 배운 나눔의 마음

할머니가 만든 미니어처, 손주의 상상력이 자라는 공간 | 아이의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2026 부산국제록페스티벌 티켓 오픈! 예매 일정부터 할인 혜택까지 한눈에 정리